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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면서 섹스리스가 안 될 수 있나요?

섹스리스 부부

     

30대 후반 직장맘입니다. 사실 어디 가서 말하기도 참 부끄러운 고민인데, 저희 부부가 아이를 낳고부터 관계가 거의 없어진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요. 남편이랑 사이가 나쁜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워낙 유별나서 저희 부모님도 ‘너희 키울 때는 안 그랬는데,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실 만큼 하여간 많이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직장생활과 육아 말고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나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남편도 이런 제게 다가오려면 힘들게 용기 내고 있다는걸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해준다는 느낌으로라도 노력했는데, 요즘엔 울컥하고 서운함이 먼저 밀려와서 도저히 응대해줄 수가 없어요. 그냥 머리에 그런 생각밖에 없는 짐승처럼 보이거든요. 와이프 힘든 거 알면 오히려 배려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ㅠㅠ

     

남편은 하소연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거 맞니?"라고 하는데, 꼭 섹스해야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요. 남들도 아이 키우면 다들 이렇게 사는 건지, 아니면 우리 관계에 정말 큰 문제가 생긴 건지 막막해서 메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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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에 질문처럼 화두를 주셨으니, 답변부터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네. 남들도 다들 비슷하게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육아라는 과정 자체가 원래 지옥이거든요. ㅠㅠ 지옥에 있으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살아야 행복해진다? 그딴 이야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셔도 됩니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이렇게 답변해주세요. “됐고, 너나 잘하세요.~”

     

지옥 같은 육아 과정에서, 그나마 부부가 덜 다투고 숨 쉬면서 살려면, 저런 ’마음가짐‘말고 꼭 필요한 물리적인 조건 두 개가 있어야 합니다.

     

하나는, 육아와 가사의 철저한 분담입니다. 육아와 가사의 부담은 인간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독성 호르몬이 분비되죠. 코르티솔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당장 적과 싸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버리는 동시에 싸움에 필요 없는 생식 기능을 차단합니다. 섹스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이렇게 몸이 초긴장 상태일 때는 성욕을 만드는 도파민의 수치도 낮아지죠.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부부가 원활하게 성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육아와 가사를 철저하게 분담하여 두 분의 스트레스 수치를 함께 낮춰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트라우마의 해소와 관리입니다. 두 분 사이에는 이미 단순한 신체적 소외나 정신적 권태가 아닌, 감정들이 쌓여 만들어진 일종의 '정서적 트라우마'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 트라우마는 혼자서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그동안 억눌러왔던 서운함과 상처를 안전하게 털어내며 마음의 응어리를 먼저 해소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렇게 내면의 스트레스를 정돈하고, 앞으로 새롭게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내 마음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나면 다시 남편과 사랑할 수 있는 힘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방어기제 없이 남편분과 진솔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두 분에게는 새로운 이해와 대화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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