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사 치아
2025년 11월 21일
칭찬이 없으면 저는, 투명 인간 같아요.
저는 회사에서 ‘일 잘한다’, ‘센스 있다’는 말을 듣는 게 제 인생의 전부인 사람 같아요.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상사나 동료들이 “진짜 고생했다, 역시 00 대리 밖에 없네”라고 치켜세워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짜릿해요. 그런데 만약 반응이 미지근하거나, 그냥 “수고했어요” 정도로 끝나면 그날은 집에 가서 잠도 못 자요. ‘내가 뭘 실수했나?’,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하나?’ 하면서 온갖 부정적인 상상을 멈출 수가 없거든요. 심지어 인스타에 올린 사진에도 ‘좋아요’나 댓글이 바로 안 달리면 몇 번이고 새로고침을 하면서 불안해해요.
머리로는 알아요. 남들 시선보다 제 자신이 중요하다는걸요.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타인의 인정이 없으면 제가 마치 공기처럼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칭찬을 듣기 위해 무리해서 야근하고, 거절도 못 하고, 남들 비위 맞추느라 제 속은 다 썩어들어가고 있어요.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는 커리어우먼처럼 보이지만, 속은 구멍 난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늘 허기지고 외롭습니다. 저, 이제 남의 입만 쳐다보며 사는 이런 거 그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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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반짝이는 성취를 이루어 가면서도 속으로는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해하셨을 마음이 사연에서도 전해져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신다고 하셨듯이, 타인의 칭찬과 인정은 달콤한 보상이지만, 그것이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버리면 내 마음의 주인이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버립니다. 그동안 ‘잘하는 나’는 사랑받지만, ‘평범한 나’는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이 타인의 기준에만 맞춰 자신을 채찍질해 오신 것 같네요.
‘잘 알고 있다’라고 하셨으니 굳이 자존감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해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신청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니 이제부터는 알고 계신 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연습을 하는데 집중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머리로 알고 계신 것이 행동으로 구현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머릿속 지식은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대학교 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그럴듯한 문장으로는 구성되어 있는데, 그래서 단단한 자존감을 얻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얻어낸 자존감이 다시 약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방어를 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려면 생활 속에서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모르시니까요.
이제는 타인이라는 '바깥의 거울' 대신 내면을 비추는 나만의 '마음의 거울'을 닦아야 할 때입니다. 타인의 평가는 그들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날씨와 같아서, 그것에 내 가치를 맡기면 필연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여러 회기의 상담을 통해 과거의 경험과 트라우마까지 들춰낼 필요 없습니다. 2회 정도의 상담이면 자존감을 장착하고, 지켜내는 전략을 함께 수행하기에 충분하니까요. 급할 필요도 없으니 생활 중에 여유가 생기시면, 마치 몇 달 드실 비타민 한 통 구매하는 것처럼, 상담을 신청해주세요. 나머지 더 깊은 이야기는 뵙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담사 치아 드림.